이직할 때 ‘우리 회사 데이터 분석 잘한다’는 말에 낚이지 않는 방법

면접보러 간 회사 앞에 이런 게 보인다면?

데이터 분석 열심히 한다던 그 회사, 막상 들어가 보면 왜 다 엉망진창일까?

최근 들으면 알만한 구독형 서비스로 이직한 지인 A의 고민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자기 일에 열심인 A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성장 전략(a.k.a 그로스 해킹)’에 관심이 많은 터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만들고 실행하는 회사를 가려고 여러 회사를 후보군에 두고 신중히 고민했다. 그중에서 제일 잘할 것 같은 회사에 들어갔는데, 들어가 봤더니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이었다.

  • A: 조민희 대표님, 대표님 회사는 데이터 분석 어떻게 하나요? 지금 회사 잘할 줄 알고 들어왔는데, 기대했던 것과 너무 다르네요. 책도 쓰시고 평소에 이야기 하시는 거 들어보면 대표님네 회사는 진짜 제대로 하는 것 같은데 궁금하네요.
  • 나: 저희 회사가 잘하는 것 같다고요? 음… 부끄럽네요 ㅎㅎ;;

내가 그렇게 이야기한 것은 겸손한 척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데이터 분석 기반으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한다는 것은 정말 너무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데이터 분석가들 사이에서 종종 언급되는 아래 문장을 너무 좋아한다.

데이터 분석은 10대들의 섹스와 같다. 다들 그것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누구도 진짜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모두 그들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Big data is like teenage sex; everyone talks about it, nobody really knows how to do it, everyone thinks everyone else is doing it, so everyone claims they are doing it)

듀크대학교 교수 ‘댄 애리얼리(Dan Ariely)’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처럼, ‘우리 데이터 분석 잘해요!’라고 떠드는 회사는 실제로는 제대로 못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어떻게 진짜 데이터 분석 잘하는 회사를 골라낼 수 있을까?

데이터 분석 잘하는 회사를 골라낼 수 있는 단 하나의 질문

사용자 데이터를 잘 분석해서, 성장 전략을 짠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사용자들에게 주고 싶은 가치를 정의하고, 그 가치가 전달되었는지 측정할 수 있는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축적된 거대한 데이터 속에서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데이터만 선별하고, 그 결과를 모두가 쉽게 알 수 있는 쉬운 지표로 만드는 것은 글로 쓰기에도 진이 빠지는 일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는 이 과정을 그들이 어떻게 멋지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데이터를 쌓기 위해 어떤 최신 인프라를 사용하고 있고, 얼마나 멋진 분석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으며, 실험을 위한 도구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 등. 그들이 만들어낸 실질적 결과보다는 과정의 멋짐에 취해있다.

그렇다면 진짜 데이터 분석 잘하는 회사는 어떻게 이야기할까? 그들은 그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든 구체적인 결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이다.

  • 우리는 구독형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인데, 최근에 벤치마크 서비스와 비교해서 전체 사용자 퍼널 (Funnel) 중 추천(Refferal) 단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추천 요청 타이밍을 바꾸는 실험을 통해 기존 대비 20%를 개선한 결과를 만들었다.
  • 우리에게 맞는 광고 채널을 찾기 위해 최근 2개월간, ‘검색 광고 / 디스플레이 광고 / 동영상 광고 / 인플루언서 마케팅’ 4개 카테고리에 대해서 30개 정도 되는 채널에 총 3,000만 원 정도를 집행했고, 그 결과 디스플레이 광고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제일 효과가 좋은 것 같아, 두 가지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위 문장에 데이터 분석 방법론이 어떻고, 어떤 실험 도구를 쓰고, 누가 수행했는지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회사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생각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 때 회사에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 위와 같은 식으로 답을 하는 회사를 찾으면, ‘낚일’ 확률은 현저히 줄어든다.

“최근에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선한 구체적인 문제가 있나요?” – 데이터 분석 잘한다는 말에 낚이지 않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질문

로켓펀치와 집무실을 만들고 있는 알리콘의 답은?

2021년 7월 11일 오늘, 내가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나는 이렇게 답을 했을 것이다.

인터넷 접속만 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와 다르게, 오프라인 서비스인 집무실은 유료 마케팅을 했을 때 지역적 한계가 명확하더라. 집무실이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해도, 아직 수도권에만 지점이 있는데 부산에 있는 사람이 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우리는 우리가 가진 고객획득비용(UAC) 기준을 초과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많은 수의 신규 고객을 획득할 수 있는 유료 마케팅 예산 범위를 알고 싶어, 일 예산을 2배까지 높였다가 순차적으로 줄이면서 지점당 최적값 ’n만 원/일’을 찾았다.

이제 나머지 마케팅 예산은 오가닉 및 바이럴 기반 고객 획득 전략에 투여할 계획이다.

이 답에는 그 어떤 분석 도구도, 그 어떤 분석 방법론도 언급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들로 답을 찾는 것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덧 – 이 글을 빌어 많은 현실적 제약을 이겨내고 마케팅 예산의 최적값을 찾아낸 이창훈, 양희우, 이정연, 백성흠 네 분께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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