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실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천억짜리 조언 – 당근마켓 김재현 대표님과의 대화

아래 글은 제가 지난 11월 당근마켓 김재현 대표님과의 만남에서 들은 조언을 갈무리한 것입니다. 제가 배운 것이 너무 많아 주변 창업자분께 이야기 드렸더니, 다들 전체 내용을 공유 받고 싶다고 하셔서, 김재현 대표님의 허락을 받고 공유합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시고, 후배 창업가들을 위해 흔쾌히 공유를 허락해주신 김재현 대표님께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아울러 제 기억에 의존해 정리한 내용이라 김재현 대표님께서 의도하셨던 것과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만남의 배경

로켓펀치의 실행 속도를 높이라는 조언을 계속 해주시고 계신 로켓펀치의 첫번째 투자자 이기하 대표님께서 자신이 지금까지 만나본 천개가 넘는 회사 중 가장 실행 속도가 빠른 회사라고 하시며, 만남을 주선

대화 정리

  • 조민희 (이하 조): 저희 팀의 상황을 먼저 말씀드리는게 좋겠다. 이기하 대표님은 저희가 굉장히 좋은 사업 아이템을 잡았다고 생각하시고, 그래서 두번의 구주 매각 기회가 있었음에도 팔지 않으셨다. 그런데 실행 속도가 느리니 속도가 가장 빠른 회사인 당근마켓을 만나보라고 하셨다.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저희 내부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제품이 너무 복잡해진 것이다. 개발팀 다 열심히 하는데 제품이 너무 커져서 빨리 만들고 싶어도 빨리 안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래서 최근에 기능 몇개를 날리는 결정도 했다.
  • 김재현 (이하 김): 그런가? 제품을 단순하게 유지하는 거 참 중요하다.
  • 조: 당근마켓은 제품을 단순하게 잘 유지하는 것 같다. ‘지역 기반 거래 플랫폼’으로. 어떻게 그렇게 단순하게 유지할 수 있는가?
  • 김: 일단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 제품 기능을 넓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대부분의 기능 확장에 대해서 보수적으로 검토한다. 기획자에게 기능 추가하는 것 해보라고 하면 누구나 다 한다. 기능을 단순하고 쉽게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거다. 이런 생각을 모든 팀원들에게 공유하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항상 입사 교육을 한다. 팀 내 리더 포지션 3~4명이 1~2시간씩만 교육해도 그 사람은 10시간 정도의 교육을 듣는 거다. 나는 ‘우리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어요’라는 이야기를 한다. 나는 ‘중고거래’가 아니라 ‘로컬 기반 거래 플랫폼’을 만든다고 처음부터 생각했고, 이것을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초창기부터 모바일에만 집중했다.
  • 조: 그럼 웹은 안 만드는 것인가? 링크 공유를 했을 때 뜨는 페이지 같은 것도?
  • 김: ‘물품 상세 페이지’만 웹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그 페이지는 결국 앱 다운로드 받게 하려는 미끼다. 사람들이 앱을 점점 더 많이 쓰고, 웹을 점점 더 적게 쓰는데 굳이 줄어드는 플랫폼에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 조: 특히 위치 기반 서비스니까 더 그랬겠다.
  • 김: 그렇다. 로켓펀치는 앱 안 만드시나?
  • 조: 이제 만들고 있다. 2016~2017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아직 채용 중심으로 서비스를 쓰고 있었고, 앱을 내기에는 준비가 안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작년부터 프로필 페이지 조회수가 3배 이상 뛰는 등 비즈니스 프로필 서비스로 자리를 잡은 것 같고 앱을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웹이 너무 방대해졌고, 웹에서 꼭 필요한 기능만 앱으로 옮겨오려고 한다.
  • 김: 그런가? 우리는 앱을 만들 때 처음부터 ‘체류 시간’을 중요하게 보았다. 습관처럼 켜는 앱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거래할 물건이 없어도 올라온 물건들을 보는 재미가 있도록 상품 피드를 구성했다. 다들 생각하기에 개인화가 안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상품 피드 개인화 되어 있다. 5개 중에 1개를 개인화 알고리즘으로 노출한다. 초창기부터 그렇게 만들었고, 알고리즘은 계속 개선하는 중이다.
  • 조: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만들었으니 ‘체류 시간이 1등인 이커머스 앱’이 되었나 보다. (참고자료 : 이커머스 방문자 1위 앱은 ‘쿠팡’…체류시간은 ‘당근마켓’ – 한국경제, 2019.01.18)
  • 김: 그럴 것이다. 로켓펀치에도 피드가 생겼던데… 우리랑 비슷한 목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없앤 기능은 무엇인가?
  • 조: 비즈니스 맵, 투자 기능 등이다. 전체 트래픽의 1%도 되지 않았다. 그걸 만들려고 수개월을 쏟았는데, 결국 내가 제품 로드맵을 잘못 그린 것이다.
  • 김: 그럴 것 같다. 나도 그런 기능 있는지 몰랐다.
  • 조: 당근마켓에서 데이터를 굉장히 잘 다룬다는 이야기를 당근마켓에 투자하신 캡스톤 파트너스에게 들었다.
  • 김: 그런가? (당근마켓의 관리자 페이지 겸 대시보드를 보여주며) 초창기부터 ‘지역 기반 거래’를 잘 만들기 위한 관리자 페이지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기능이 먼저 출시되고 나중에 관리자 페이지 기능을 추가한 적은 없다. 항상 기능과 함께 관리자 페이지와 통계 기능을 출시했다. 나는 항상 인터넷 비즈니스가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라고 생각한다. 네이버가 그랬고, 다나와도 그렇고 내가 만들었던 쿠폰모아도 그랬다. 나는 그래서 당근마켓은 ‘지역 정보’를 모으는 애그리게이터로 키워 가기 위해 그것을 중심으로 여러 기능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 보여주신 것
      • 동 단위로 거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표시되는 대시보드 (잘 안되고 있는 곳은 붉은색)
      • 거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표시되는 지역
      • 2주 이내 거래 완료 그래프
  • 조: 2주 이내 거래 완료 그래프가 있는 것을 보니, 2주 이내 거래 성사를 주요 지표로 보고 있는 것 같다?
  • 김: 그렇다. 초창기부터 이런 지표를 보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 조: 내가 보니 데이터 통계 도구와 서비스 관리 도구가 하나의 페이지에 통합되어 있는 것이 인상깊다. 우리도 그런데 보통 두 페이지가 분리되는데… 그나저나 이 페이지는 키바나로 만든 것인가?
  • 김: 별도 도구 없이 자체 개발했다. 두개의 페이지로 나눠 쓰다 보니 안 보게 되는 것 같더라. 그래서 CS, 데이터, 기타 서비스 관리를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의 페이지로 몰았다. 하드코어한 데이터 통계는 다른 도구를 쓰긴 하지만 일단 하나로 본다. 그게 기업 문화를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 조: 최근에 업무 환경 관련 개선에서 시도해서 좋은 결과를 본 것이 있는가?
  • 김: 아카이브가 필요한 내용을 에버노트에 쓰다가 노션으로 바꿨다. 아주 잘 한 것 같다. 노션으로 바꾸자는 이야기를 내가 했다. 회사 소개 사이트가 있었는데, 업데이트도 안되고 해서 그냥 노션에 써서 올리면 어떨까 싶어서 바꾸자고 했는데, 회사의 젊은 구성원들(90년대 생)이 더 창의적으로 쓰더라. 기대했던 것보다 효과를 더 본 것 같다.
  • 조: 노션 페이지를 보니 인원수가 30~40명인 것 같다. 우리도 꽤 적은 수로 큰 서비스 잘 돌리고 있다는 이야기 듣는데, 당근마켓은 정말 린(Lean)한 조직인 것 같다.
  • 김: 사실 2019년 초까지만 해도 인원이 채 20명 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 채용 원칙 중 ‘우리(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선발한다’는 것이 있다. 모든 회사가 그런 사람을 기대하겠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또 다르다. 신뢰는 한 쪽이 먼저 시작해야 하는 것인데,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먼저 그 신뢰를 느끼도록 해주는 장치다.
  • 조: 조직 문화로 보았을 때 또 신경 써서 만드는 것이 있나?
  • 김: 사실 성장에 노력하는 스타트업이라면 다 비슷할 것 같은데, 업무 환경을 잘 갖추려고 노력한다. 월별로 노는 날 만들고… 사실 우리만 특별히 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목요일은 전원 재택 근무로 한다. 그래서 그때만 스크럼 방식으로 나 뭐했다고 슬랙 채널에 올린다. 또 우리는 업계 평균 이상으로 보상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참 로켓펀치는 100% 원격이라고 들었는데, 왜 그렇게 하나?
  • 조: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리 고객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앞으로 바뀐 업무 환경에서 사람들이 일하게 될 것 같고, 그걸 더 잘 이해하고 싶었다.
  • 김: 그런가? 그런데 나는 사무실이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오토매틱 같은 회사는 이미 제품이 완성된 단계이므로, 업무 단위로 쪼개서 일만 하면 되는데, 우리 같은 단계의 회사는 제품 변화가 잦다. 이런 회사들에서 의사 결정이 빨라지려면 어울려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또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 같은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내 동료가 열심히 일하고 잘하고 있으면 ‘나도 같이 잘해야겠다’는 그런 긍정적 압박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우리는 일주일에 하루만 재택근무를 한다. 구성원이 어떻게 되시나?
  • 조: 14명인데 개발 직군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9명 정도다.
  • 김: 우리도 비슷하다. 40명 중에서 약 30명 정도가 개발 직군이다. 그중에서 4명은 머신러닝 엔지니어고 앞서 이야기 했던 개인화 프로젝트 등을 담당한다. A/B 테스트는 파이어 베이스로 돌리는데 편하게 잘 되더라. 머신러닝 팀에서 이런저런 실험을 자율적으로 많이 한다. 지표 변화가 있으면 왜 있을지 등을 계속 측정하는 등. 앞서 보여준 관리자 페이지도 그런 맥락에서 만든 것이다. 어떤 데이터에 대해서 기획자가 개발자에게 요청해서 확인하면 그건 둘 밖에 모르는 정보다. 하지만 관리자 페이지에 그 정보가 있으면 모두가 볼 수 있다. 그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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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와 사업 – 4단 승단에 부쳐

검도는 재미있는 투기(鬪技)다. 우선 체급이 없다. 키나 몸무게를 구분하지 않고 기술을 겨룬다. 또 제대로만 수련하고 있다면, 오랫동안 수련할수록 점점 더 빛을 발하게 된다. 그래서 신체적으로 강한 젊은 검도인들이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는 검도가 사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늘 하였다. 회사도 서로 경쟁하는 것에 있어서 체급을 구분하지 않고, 한 분야에 오랫동안 잘 집중한 회사는 언젠가는 빛을 발하게 된다.

검도에 중요한 네 가지가 있는데, 이것 역시 사업을 잘하는 방법과도 일맥상통한다.

一眼, 二足, 三膽, 四力 (일안, 이족, 삼담, 사력)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이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잘 보고 기회를 포착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다. 사업에서도 시장의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발이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면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사업에서도 속도가 중요하다. 자주 이야기되는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린 스타트업‘ 같은 개념 모두 속도를 어떻게 높일지에 대한 이야기다.

마음은 세 번째다. 마음이 약하면 스스로 무너져 패배한다. 사업을 할 때도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그 팀은 스스로 무너져 실패한다.

마지막이 비로소 힘이다. 강한 힘이 있으면 좋겠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큰 조직과 많은 자본을 가진 회사들이, 기회를 잘 포착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작지만 단단한 회사에 무너지는 것을 수없이 보았고, 앞으로도 보게 될 것이다.

 

2002년 검도를 제대로 시작한지 14년 만에 비로소 남을 가르칠 자격이 있다는 4단이 되었고, 2013년 시작된 로켓펀치는 4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진정한 깨달음은 삶에서 우러나는 것인데, 나는 기회를 잘 포착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단단한 회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2016년 봄, 서울대학교 검도부 홈커밍데이>

B2C의 맛

IT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한번은 꼭 이야기 하게 되는 주제가 ‘B2C vs. B2B’인 것 같다.’

TechCrunch의 ‘Welcome To The Unicorn Club: Learning From Billion-Dollar Startups’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비즈니스가 크게 성장했을 경우 B2C가 더 큰 이윤을 창출한다고 하지만 당연히 그만큼 위험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B2B는 대표가 프로젝트의 PM이 되어 최소 하나의 큰 고객만 만족시키면 될 수도 있지만, B2C는 최대 억 단위의 사용자를 만족시켜야 할 수도 있으니 당장 B2B에서는 필요 없는 ‘고객 응대 프로세스’가 생겨야 하는 등… 생각해 보면 참 자잘하게 챙길게 많은 것이 B2C다.

따라서 사업적 안정성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B2B를 택하는 것이 맞지만, 왜 그리도 많은 창업팀들이 B2C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고, B2B 비즈니스를 훌륭하게 하고 있는 회사에서 B2C로의 확장을 계속 모색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걸까? 나 역시도 많이 고민했던 주제 – ‘우리 팀은 왜 그렇게 B2C를 만들고 싶어 할까?’

이에 대해서 현재 가지고 있는 답은 ‘인간 본성’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자아 실현 및 타인에 의한 인정’이 인간의 큰 욕망 중 하나라는 게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라고 볼 때, 내 손으로 만든 어떤 것이 고객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면서 얻게 되는 성취감은 B2C > B2B 일 수 밖에 없으니까.

단적인 예로, 클럽믹스 리뉴얼을 준비하여 본격적으로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을 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전에 게시했던 D&G 립스틱 관련 포스팅 하나가 우연히 약 50만 뷰를 찍었고, 우리 팀 모두는 그 사실에 들떠 이 반짝 흥행을 어떻게 하면 장기적인 고객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오픈 하는 날 무슨 이벤트를 할지 한참 동안 즐겁게 이야기 했던 경험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리뉴얼 된 앱을 런칭하지는 않았다.)

B2B 프로젝트처럼 뭐 하나가 끝나면 돈이 들어오는 그런 구체적인 그림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 즉, 한동안 지지부진한 성장을 할 수도 있다는 말 – 이런 작은 성취감들을 공유하는 것이 B2C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 가는 팀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덧) B2B(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아웃소싱 프로젝트)을 하는 것은 부끄럽게 생각하는 팀이 종종 있는 것 같은데 절대 그렇게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직업에 귀천이 없는 것처럼, 회사가 하는 일에도 귀천이 없는 게 아닐까? 그 프로젝트가 회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면 더더욱.

Great to Better

오늘(3/6) 많은 조언을 얻고 있는 멘토님과의 대화.

조대표, 프라이스톤스가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가 아니라 ‘Great to Better(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기업)’의 의미를 생각해 보시게.

‘지속 가능한 성장’ – 기업의 단계별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스타트업이라면 ‘실험을 위한 최소한의 캐시카우를 가지고 있는가?’, ‘구성원들에게 불확실성을 감내할만한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가?’ 같은 질문.

그리고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룬 기업이라면 ‘구성원들이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가?’ 혹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시장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가?’ 같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좋은 기업 문화로 유명한 자포스(Zappos)의 CEO 토니 셰이(Tony Hsieh)는 ‘하루에 한가지씩 회사를 개선시켜 나가자’라고 사원들에게 늘 호소했다고 한다.

나와 회사는 오늘 좀 더 나아졌는가? 일단 이번 주부터 잊고 있던 사무실 정기 청소부터 부활시켜야겠다. 🙂

‘강남스타일’로 생각해보는 스타트업 전략

음악은 좋아하지만 연예계 뉴스 등에는 관심을 끄고 사는 터라 처음에 ‘싸이 강남스타일 전세계 열풍’ 같은 기사를 접했을 때 언론의 ‘띄워주기’이겠거니 싶어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ReadWriteWeb에서 ‘강남 스타일’ 기사가 뜨더니, MTV VMA에 출연하고 어제는 NBC에 까지 나온 싸이를 보면서, 스타트업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생각나는 바가 많아 정리 차 적어보았다.

(1) 제품 관점: 중요한 건 ‘다른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문장 자체는 문화우월주의적인 느낌이 나서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적어도 이번 일은 ‘미국 시장을 공략할 때는 그 나라 언어로 그 문화에 먹힐만한 것들을 준비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는 사례 같다.
국내 뮤지션들이 해외 – 특히 미국 – 시장을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건 꽤 오래 전 이야기고, 그 경우 의례 영어로 된 곡을 준비했다. 하지만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100% 한국 시장을 타겟으로 만들어진 한국어 가사를 가진 곡이다. 그럼에도 인기가 있는 현상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영어/일본어로 된 음악을 들을 때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진 못해도 음악 자체가 좋아서 듣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나는 스타트업의 사업 전략은 반드시 세스고딘의 ‘보랏빛 소 컨셉’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일도 그렇다. ‘싸이’도 미국 문화 산업 기준으로 보면 스타트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겠지만 ‘전형적인 싸이 스타일’의 곡 ‘강남 스타일’은 ‘어설픈 미국 음악 흉내내기’와는 달랐고, 그런 음악이 좋은 기회를 만나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이다.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중요한 건 어설픈 흉내내기가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이다.

(2) 마케팅 관점: 돈이 다가 아니다.

국내 뮤지션들이 해외 시장 공략 할 때 보통 돈으로 승부하는 고전적인 마케팅 방법을 동원하지만, 이번 ‘강남 스타일’은 YouTube라는 매체를 통해서 스스로 확산되었다. 아래 잘 정리된 글들이 있다.

되는 제품이라면, 그 제품에 열광해주는 팬층이 분명히 존재해야 하고, 그게 없다면 이미 끝난 프로젝트라고 본다. 대기업처럼 매스미디어 마케팅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을 수 없는 게 스타트업의 현실이기에 스타트업의 마케팅 전략은 필연적으로 ‘사람들이 알아서 소문을 낼 만한 제품인가?’ 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마케팅 연예인이 다일까?’라는 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3) 운영 관점: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아래는 이번 뉴욕 공연에 앞서서 관중들과 이야기 하는 싸이의 영상.

싸이는 예상치 못한(?) 미국 진출에 대응할 수 있는 영어 실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그 인기가 더 확산될 수 있었을 것이다.

스티브잡스는 그의 스탠포드 대학교 명연설 중 ‘점의 연결’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자신이 서체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초기 Apple제품에서 멋진 서체를 구현할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결과적으로 ‘싸이’가 버클리 음대 등에서 공부한 것은 이번 성공의 커다란 바탕이 되었지만, 그 시절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하고 공부를 했을까?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우리는 그런 기회와 인연들이 어떻게 이어질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창업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15가지‘에 ‘#9 – 공짜 일의 장점’이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본다.

요즘 스타트업 업계의 선배들과 사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 싸이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었던 것처럼 내가 믿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큰 기회가 오지 않을까?

유엔 본부에서 근무하고 싶은 자네가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영어 학원을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 아침 10분 일찍 일어나는 것’이라는 시골의사 박경철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대학생 때 창업하면 포기해야 하는 네 가지 (2) 학업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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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해야 하는 것 (2) 학업 (+군대)

학점은 소중하다. 사실 요즘처럼 학점과 스펙에 목숨 거는 분위기에서 이 것이 ‘소중’하다고 이야기 하니 좀 웃긴 것도 같지만, 좋은 학점은 여러분의 미래 선택지를 넓혀 준다. 실제도 창업을 해서 성공하든, 생각 만하고 남들처럼 회사를 다니든, ‘창업 해볼까?’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품어본 여러분들은 아마 학교 내에서 ‘꿈 많고 잘 나가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여러분은 어느 순간, ‘아, 공부를 좀 더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대학원을 알아보거나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때 낮은 학점이 여러분의 발목을 잡을 지도 모른다.

창업해서 회사도 성공시키고 학점도 잘 받아서 ‘성적 우수자’로 졸업한 사람을 딱 1명 본적이 있다. 그 외에는? 사업과 학점, 둘 다를 얻긴 힘들 것이다.

창업 동아리 회장단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창업 동아리 활동 제대로 하면서 4년 졸업하면 그건 ‘조기 졸업’이라고.

군복무 기간이 있긴 했지만, 자기 회사를 성공시킨 많은 나의 선배들은 학교 졸업을 29세, 30세 혹은 그 이상에(!) 했고, 다들 학업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업 성공 시켜서 상장 시키는 것보다 학교 수업 따라 가는 게 힘드네’라는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여러 번 들었다.

여러분이 창업을 해서 열심히 일하는 동안, 학점의 상당 부분을 포기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 순간 여러분 인생의 선택지 하나를 제거할지도 모른다. 이건 현실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가 남자 대학생이고, 군 미필인데 지금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추가적으로 이것을 각오해라. 여러분은 애매한 나이, 25세, 26세 혹은 그 이상에 군대를 가야 할지도 모른다. 사업을 해서 1년 정도 단기간에 망해버리면 문제가 덜하다. 그러나 사업이 애매보호 하게 2~3년 굴러 간다고 생각해보자. 그대는 회사를 버리고 군대를 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회사가 정상 궤도에 오르고 회사를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군대를 간다면 그건 다행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 그리고 상당히 높은 확률로 – 창업한 회사도 망하고 군대도 가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동기들은 제대해서 ‘복학생 오빠(!)’ 소리 들으면서 다시금 찾아온 캠퍼스의 낭만에 빠져들 무렵, 여러분은 군대에 가야 한다. 주변에 이런 상황에 처한 후배들을 많이 봤다. 사업 초창기 그들 대부분, 군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학원까지 다니면서 창업한 회사를 성공 시킨 후, 남한테 맡기거나, 매각 시키고 군대에 가겠다’ 정도를 제시했다. 미안하다. 이 말대로 성공한 후배, 난 아직까지는 한 명도 못 봤다.

내가 계속 언급하는 바다 건너 있는 커다란 시장을 가진 나라에는 군대 의무가 없다. ‘한 1년~2년 정도 창업해서 일 하다가 안되면 대학원가고, 안되면 취직하죠 뭐.’ 이렇게 쿨 하게 인터뷰 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속지 마라. 여긴 그 나라가 아니고 여러분은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계속)

대학생 때 창업하면 포기해야 하는 네 가지 – (1) 돈

본론에 앞서

며칠 전에 ‘청년 창업 유감’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청년 창업 유감-

청년 창업과 관련해서 새로 생기는 행사, 신규 단체 – 많아도 너무 많다. 때로는 거품도 필요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이건 너무 심하다. 창업 동아리 신규 모집에 몇 년 전보다 몇 배가 넘는 인원이 몰리지 않나, 기업가 정신과 별 상관 없던 모임에서 갑자기 ‘창업’을 외치지 않나…

닷컴 버블이 꺼지고 ‘벤처=사기꾼’ 취급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창업 동아리 활동을 했던 선배로서 지금 학교에 있는 후배들이 걱정된다. 창업을 하면 겪게 될 수많은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창업은 간지(!)나는 일이다, 창업하면 너희들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속삭이는 사회 분위기가 정말 할말을 잃게 만든다.

올해 후배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줄 기회가 오면, 과거 몇 년 동안처럼 ‘창업해라, 도전 해 볼만한 일이다’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창업하면 얼마나 사서 고생을 하는지 이야기 해줘야겠다. 창업 할거면 적어도 그 정도 ‘개고생’은 각오하고 하라고. 그래야 견딜 테니까.

사랑하는 창업 동아리 후배들아, 제발 우쭐해 지지 말고, 1~2년 지나고 나서 이 거품이 사라져도 그 무관심과 주변의 시선에 굴하지 마라. 혹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면, 이것만은 꼭 기억해라. 창업은 정말 힘들다.

창업해서 열심히 만 하면 못해도 본전은 건진다는 것은 충분한 시장 규모를 가진 바다 건너 있는 어떤 나라 이야기다. 창업해서 몇 개월 만에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이야기, 그걸 내 이야기로 착각하지 마라. 그런 일이 드물기 때문에 기사에 나는 거다. 모두 다 그러면 왜 그게 기사화 되겠나?

창업을 결심하면 각오해야 할 것이 많다. 몇 푼 안될지언정 너와 네 부모님, 친구들의 돈을 몽땅 날릴 수도 있고, 정말 마음 잘 맞던 친구와 원수가 될지도 모르고,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을 지도 모르며, ‘옆집 자식은 취직 해서 돈 많이 벌어서 가져온다 던데…’ 류의 자존심 상하는 비교를 당할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창업해라. 현실을 알면서도 도전하는 그 정신이 아름다운 것이고, 진짜 박수 받을만한 일이니까.

–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에 도전하고 있는 선배로부터.

오랜만에 돌아온 학교에서 보이는 현실이 답답해서 쓴 넋두리 같은 글에 너무 많은 분들께서 공감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창업 해볼까?’ 생각하는 대학생 후배 분들께 진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 경험과 주변 선후배들의 이야기를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대학생 때 창업을 시도하면 포기해야 할 것들, 그것을 무릅쓰고 창업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 내가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가서 창업한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참, 후배들한테 이야기 하는 느낌으로 쓴 글이라 경어체가 아닙니다. 이해 부탁 드립니다. ^^

포기 해야 하는 것 (1) – 돈

돈 벌기 위해서 하는 사업인데 왜 돈을 포기해야 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업은 – 특히 대학생 때 하는 창업은 – High Risk, High Return이기에 초기 투자금은 날릴 생각을 해야 한다.

대학 이후로는 거의 독립해서 사는 외국과 다르게 한국 사회의 많은 대학생들은 집에서 등록금을 대 주고 용돈도 주는 ‘늦은 독립’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가 회사 자본금으로 필요한 돈 몇 천 만원 정도를 보통 어떻게 조달하나? 십중팔구 ‘가족/친지/친구(공동 창업자 포함)’의 돈이다.

그런데 일단 창업을 하는데 대충 얼마가 드는지 진자하게 계산해 본적이 있는가? 회사를 만들면 그날부터 모든 게 돈인데, 심지어 회사(=법인)를 만드는 데도 돈이 든다.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 들어와서 회사 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은 회사 만드는 게 번거롭다고… 자기네 뒷마당 창고를 회사 주소로 할 수 있고 창업 절차도 간단한 그쪽과 다르게 사무실을 고르고, 법인 설립 등기를 하는 것 등등 매우 귀찮고 심지어 처음 해보는 서류 작업을 겪게 될 것이고 십중팔구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게 다 돈이다.
지하실에서 창업해서 몇 달 만에 투자 받았다고 하는 그네들의 이야기를 우리 이야기로 생각하지 마라. 회사를 유지하는 것에도, 적어도 세금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고 – 스스로 해결 하려고 했다가 본업을 소홀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그게 또 돈이다.

내 경험 상 법인을 만들고 1년간 유지하는 것을 모두 다 스스로 하지 않는 이상, 각종 법무/세무 대행 수수료와 세금 만으로 2 ~ 3백만원 정도는 들어갈 것이다. 이 돈은 결코 적지 않다.

일단 몇 백을 써서 회사를 만들었다고 치자.
자 이제 뭔가 사업을 진행 해야 한다. 그런데 사업을 하는 데는 돈이 든다. 상대적으로 가장 자본이 적게 들어간다는 인터넷/소프트웨어 창업 쪽을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본인이 개발 능력이 출중하지 않은 이상 외주를 주거나, 개발 잘하는 친구에게 얼마라도 주고 부탁을 해야 할 것이다. 외주를 주거나 친구에게 부탁을 하는 거 다 돈이다. 설령 본인이 개발을 잘한다 하더라도 대학생 창업팀에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개발, 디자인 빼고 잡무 전부 다 하는, 보통 CEO라 불리는 친구)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돈을 주고 외부 인력을 고용해야 할 것이다. 인턴이라는 미명하에 싼값이 부려(!) 먹는다 치더라도 1인당 최소 임금에 각종 부대 비용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한 달에 1인당 백 만원 이상은 나간다.

그렇게 해서 필요한 인력도 고용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간다고 치자.
처음 해보는 사업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예상했던 제품 개발 기간보다 두 배 정도 길어지면 다행이다. 석 달이면 될 것 같았던 일이 여섯 달, 아홉 달이 걸릴 수도 있다. 게다가 창업 멤버와 외부 인력이 학교를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시험 기간은 스케줄에서 아예 제외해라.

팀이 깨지지 않고 다행히 프토로타입 이상의 결과물이 나왔다고 치자. 여기서부터는 많이 다를 것이다. 웰빙 떡볶이 장사라면 당장 판매를 통해서 당장 얼마라도 돈이 돌아갈 것이고, IT 서비스라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 쓰기 시작하겠지만 돈이 당장 수중이 들어올 가능성은 적다. 또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투자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시기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어떻게 보면 이제 조금 사업다워졌다고 볼 수 있는 시기니까.

자… 여기까지 오는 동안 돈이 얼마가 필요할 것 같나? 못해도 1~2천만원은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사업이 성공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 여러분에겐 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이유로 외국 – 외국이래 봤자 우리가 소식을 주로 듣는 미국 – 보다 인수 합병에 인색한 것 같다.
그래서 여러분이 젊은 시절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쏟아서 만든 프로토타입 단계의 이상의 회사는, 진짜 흑자를 내는 단계로 들어서지 못하는 이상, 적당히 인수 당하는 게 아니라 허공으로 고스란히 날아가 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러분들이 쏟은 시간에 다른 일 – 과외나 다른 알바 – 을 했을 때 얻는 기대 수익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대학생으로서 적지 않은 초기 자본금은, 날릴 생각으로 시작해야 한다.

(계속)

청년 창업 유감

청년 창업과 관련해서 새로 생기는 행사, 신규 단체 – 많아도 너무 많다. 때로는 거품도 필요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이건 너무 심하다. 창업 동아리 신규 모집에 몇 년 전보다 몇 배가 넘는 인원이 몰리지 않나, 기업가 정신과 별 상관 없던 모임에서 갑자기 ‘창업’을 외치지 않나…

닷컴 버블이 꺼지고 ‘벤처=사기꾼’ 취급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창업 동아리 활동을 했던 선배로서 지금 학교에 있는 후배들이 걱정된다. 창업을 하면 겪게 될 수많은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창업은 간지(!)나는 일이다, 창업하면 너희들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속삭이는 사회 분위기가 정말 할말을 잃게 만든다.

올해 후배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줄 기회가 오면, 과거 몇 년 동안처럼 ‘창업해라, 도전 해 볼만한 일이다’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창업하면 얼마나 사서 고생을 하는지 이야기 해줘야겠다. 창업 할거면 적어도 그 정도 ‘개고생’은 각오하고 하라고. 그래야 견딜 테니까.

사랑하는 창업 동아리 후배들아, 제발 우쭐해 지지 말고, 1~2년 지나고 나서 이 거품이 사라져도 그 무관심과 주변의 시선에 굴하지 마라. 혹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면, 이것만은 꼭 기억해라. 창업은 정말 힘들다.

창업해서 열심히 만 하면 못해도 본전은 건진다는 것은 충분한 시장 규모를 가진 바다 건너 있는 어떤 나라 이야기다. 창업해서 몇 개월 만에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이야기, 그걸 내 이야기로 착각하지 마라. 그런 일이 드물기 때문에 기사에 나는 거다. 모두 다 그러면 왜 그게 기사화 되겠나?

창업을 결심하면 각오해야 할 것이 많다.
몇 푼 안될지언정 너와 네 부모님, 친구들의 돈을 몽땅 날릴 수도 있고, 정말 마음 잘 맞던 친구와 원수가 될지도 모르고,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을 지도 모르며, ‘옆집 자식은 취직 해서 돈 많이 벌어서 가져온다 던데…’ 류의 자존심 상하는 비교를 당할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창업해라.
현실을 알면서도 도전하는 그 정신이 아름다운 것이고, 진짜 박수 받을만한 일이니까.

–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에 도전하고 있는 선배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