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의 맛

IT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한번은 꼭 이야기 하게 되는 주제가 ‘B2C vs. B2B’인 것 같다.’

TechCrunch의 ‘Welcome To The Unicorn Club: Learning From Billion-Dollar Startups’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비즈니스가 크게 성장했을 경우 B2C가 더 큰 이윤을 창출한다고 하지만 당연히 그만큼 위험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B2B는 대표가 프로젝트의 PM이 되어 최소 하나의 큰 고객만 만족시키면 될 수도 있지만, B2C는 최대 억 단위의 사용자를 만족시켜야 할 수도 있으니 당장 B2B에서는 필요 없는 ‘고객 응대 프로세스’가 생겨야 하는 등… 생각해 보면 참 자잘하게 챙길게 많은 것이 B2C다.

따라서 사업적 안정성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B2B를 택하는 것이 맞지만, 왜 그리도 많은 창업팀들이 B2C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고, B2B 비즈니스를 훌륭하게 하고 있는 회사에서 B2C로의 확장을 계속 모색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걸까? 나 역시도 많이 고민했던 주제 – ‘우리 팀은 왜 그렇게 B2C를 만들고 싶어 할까?’

이에 대해서 현재 가지고 있는 답은 ‘인간 본성’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자아 실현 및 타인에 의한 인정’이 인간의 큰 욕망 중 하나라는 게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라고 볼 때, 내 손으로 만든 어떤 것이 고객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면서 얻게 되는 성취감은 B2C > B2B 일 수 밖에 없으니까.

단적인 예로, 클럽믹스 리뉴얼을 준비하여 본격적으로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을 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전에 게시했던 D&G 립스틱 관련 포스팅 하나가 우연히 약 50만 뷰를 찍었고, 우리 팀 모두는 그 사실에 들떠 이 반짝 흥행을 어떻게 하면 장기적인 고객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오픈 하는 날 무슨 이벤트를 할지 한참 동안 즐겁게 이야기 했던 경험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리뉴얼 된 앱을 런칭하지는 않았다.)

B2B 프로젝트처럼 뭐 하나가 끝나면 돈이 들어오는 그런 구체적인 그림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 즉, 한동안 지지부진한 성장을 할 수도 있다는 말 – 이런 작은 성취감들을 공유하는 것이 B2C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 가는 팀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덧) B2B(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아웃소싱 프로젝트)을 하는 것은 부끄럽게 생각하는 팀이 종종 있는 것 같은데 절대 그렇게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직업에 귀천이 없는 것처럼, 회사가 하는 일에도 귀천이 없는 게 아닐까? 그 프로젝트가 회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