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생기기 전에, 과연 몇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밤중에 ‘아, 나는 아무래도 내 상태를 업데이트 해야겠어!’라는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우리는 흔히 사업 아이디어를 평가할 때 ‘비타민 vs 진통제’ 비유를 사용한다. 하지만 반론의 여지없이 거대한 비즈니스가 된 소셜 미디어는 이 구분법에 따르면 ‘비타민’에 해당하는 약한 사업 모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야기한다.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그 사업이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불편이 얼마나 큰가?’가 아니라 그 불편이 크건 작건 ‘우리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 불편을 해결하는 습관으로 자리 잡았는가?’라고.
외로움을 느껴 누군가에게 공감을 받고 싶은 감정은 인간에게 아주 작은 불편함일 뿐이다. 심지어 그 감정들은 전화 등의 방법으로 이미 해결되고 있었다. 소셜미디어가 어마어마한 사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불편한 감정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을 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아주 많은 사람들의 습관이 되는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 나도 동감한다. ’비타민 vs. 진통제’ 프레임으로는 설명하기엔 부족한 성공을 수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습관을 만드는 모델, 훅(Hook)은, 크게 네 단계로 구분된다.
계기 (Trigger)
사용자가 어떤 욕구를 느끼는 단계다. 내적 혹은 외적 계기가 있을 수 있다. 사람이 스스로 목마름을 느껴 ‘무엇인가 마시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내적 계기다. 하지만 사람이 어떤 음료수 광고를 보고 ‘아 나도 저걸 마셔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외적 계기다.
이 단계는 중요하지만,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즉 제공자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다.
행동 (Action)
사람들이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 단계인데,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가장 많은 단계다.
저자는 행동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Fogg 박사의 행동 모델을 소개한다.
Fogg 박사의 행동 모델 : 행동 = 동기 x 수행 능력
전화벨이 울리는데 우리가 그 전화를 받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 전화가 광고 전화인 것을 알고 일부러 받지 않았을 수 있다. 행동을 할 동기가 없는 것이다. 두 손에 물건이 한가득 있어 받을 수가 없을 수도 있다. 이 때는 수행 능력이 없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의 동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므로, 수행 능력을 키워주는 것, 즉, 어떤 행동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제공자가 집중해야 할 부분이라고 이야기 한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으로 가입하기’ 버튼을 같은 것이다. 웹사이트 회원 가입은 어렵다. 하지만 ‘페이스북으로 가입하기’ 버튼을 통해 웹사이트에 쉽게 가입할 수 있으면 사용자는 회원 가입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이런 행동 유도를 할 수 있는 심리적 장치들을 저자들은 다수 소개하는데, 개인적으로 책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희소성 장치
- 쇼핑몰에서 ‘곧 품절’을 표시하거나,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N명의 사람들이 이 방을 보고 있다’ 같은 장치다.
- 우리는 아마존에서 ’재고 14개 남음’ 같은 표시를 자주 볼 수 있다. 이 문구를 생각해보자. 가장 발달된 물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아마존이 그 제품이 품절 되었을 때 금새 재고를 늘릴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표시하는 걸까? 사실 그 전에 과연 14개 남은 것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인가?
액자 효과
-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같은 와인도 가격이 비싸다고 하면 더 맛있다고 평가하는 경향에 대한 이야기다. 같은 물건이라도 만 원짜리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것보다, 이만 원짜리 가격표에 50% 할인이 붙어 있는 것에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닻 효과
- 판단을 내릴 때, 어떤 기준점이 있는 것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향이다.
- 이것을 닻 효과로 분류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애플에서 핸드폰에 200만 원짜리 가격표를 붙이고 나니, 같은 브랜드의 200만 원짜리 노트북은 아주 저렴해 보인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났다.
‘가지고 시작하는 것’ 효과
- 사람들이 수행해야 하는 행동이 있을 때, 중간부터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완료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심리에 대한 이야기다.
- 다 채우면 공짜로 음료를 받을 수 있는 쿠폰을, 하나는 10개를 채워야 하는데 이미 두개는 채워져 있는 방식으로, 하나는 처음부터 8개만 채워야 하는 방식으로 주면, 전자가 훨씬 완료하는 비율이 82%나 높다고 한다.
가변적 보상 (Variable Rewards)
손잡이를 눌렀을 때 일정한 양의 먹이가 나올 때보다 매번 다른 양의 먹이가 나올 때 훨씬 자주 손잡이를 누르게 되는 동물 실험과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하는 인간의 행동이 이를 반영한다. 인간은 일정한 보상보다, 가변적 보상에 더 집착하는 심리가 있으므로, 이 가변성을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이것을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싱글 플레이 게임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 하는 오픈 월드 게임의 중에서 사람들이 후자를 더 긴 시간 동안 플레이 하는 이유로도 이야기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내가 IT 산업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웠던 분께서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서비스를 만들 때 사람들이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는 틈을 열어줘야 한다. 모든 것을 설계자가 의도한 대로만 쓰게 하면 사람들은 금방 떠난다’. 결국 가변성에 대한 이야기다.
“환상은 비현실적이어야 한다” 는 철학자 라깡의 이야기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을 이루고 나면,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투자 (Investment)
사람들은 자기들의 노력이나 시간이 투여된 것에 대해 더 높은 가치를 매긴다. 자기가 만든 종이접기, 남이 만든 종이접기, 전문가가 만든 종이접기에 대해서 사람들이 매기는 가치에 대한 실험이 근거로 제시되었다. 우리가 만드는 것에 대해서 사용자가 어떤 것을 투자해 두도록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사용자의 데이터건, 사용자의 학습 시간이건, 사용자는 그 서비스나 제품을 떠날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 장이 흥미로웠던 것은 사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봐야 할 거리를 던져줬기 때문이다.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아 이거 참 좋은데 왜 사람들이 안쓰지?’ 사람들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용법에 익숙해진다. 새로운 서비스로 넘어간다는 것은 그 과거의 투자로 인해 그 사람이 더 높게 평가하는 과거의 것을 뛰어넘을 만큼 우리가 제공하는 새 것이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과연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은 그만큼 좋을까? 우리 조차도 우리의 노력이 들어간 우리가 만드는 제품에 대해서 과대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좋은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잘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 책은 그 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렌즈를 제공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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