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6 (토) 10:00 – 13:00] 서울대학교 미술관 관장 김성희 교수님께서 특별히 건명원 사람들을 초청하셔서 진행된 수업으로, 동서양 미술에 대한 통찰과 함께 렘 쿨하스가 설계한 서울대학교 미술관 MoA 건물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특별히 강의 말미에는, 곧 건명원에서 강의하실 김개천 교수님께서 렘 쿨하스의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본문에 삽입된 이미지들은 클릭하면 고해상도 원본을 볼 수 있습니다)
1. 동양 미술, 서양 미술에서의 공간과 자연
- 서양 미술에서 빈 공간은 그려지지 않은 것 (Nothingness), 동양 미술에서 빈 공간은 빈 것으로 그려진 것 (Emptiness). 우리나라가 근대화를 서구 문물을 통해 이루면서, 채워지지 않은 공간은 그려지지 않은 것으로 배웠는데, 이는 너무 좁은 시각.
- 서양 미술에서는 사람이 자연과 분리되어 자연을 관찰하는 입장이지만, 동양 미술에서 사람은 그 자연 속으로 들어감. ‘Villa of Livia’ 벽화에는 울타리가 있지만, 최백의 ‘쌍희도’에는 울타리도 없고, 감상자가 그 상황 한 가운데에 놓인 느낌을 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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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 산수화를 감상하는 법도 이와 같음. 전체를 볼 수도 있지만, 내가 그 풍경으로 들어섰다고 생각하고 산과 계곡, 길을 따라가면서 감상할 것. 길을 따라 가다보면 절벽도 만나고, 냇물도 만나고, 숲도 만나고 사람도 만나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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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술을 대하는 관점의 변화
- 과거에는 실제처럼 똑같이 그리고 만드는 것이 중시되었기에, 미술가에게 요구되는 것은 ‘모사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음. 세계대전 후 르네 마그리뜨, 마르셀 뒤샹을 거치면서 예술은 ‘모사’에서 ‘창조’로의 변화했고, 이제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음.


- ‘예술가는 더 이상 ‘재현’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시하고 발언하는 사람’이 되었고, 논란이 되기도 하는 현대 미술 작품들이 다수 등장

- 1차 세계대전에서 구출 될 때, 지역 원주민들에게 지방과 펠트 천으로 치료 받은 Joseph Beuys 는 자신의 작품에서 작품 활동에서 지방(왁스)과 펠트를 사용



- Young British Artists (yBa)의 작품들 : 포름알데히드 용액 속에 담겨진 진짜 동물의 사체, 다이아몬드로 캐스팅 된 두개골, 본인과 함께 잤던 ‘부모님, 남자친구, 낙태했던 아이’의 실제 이름을 적어둔 텐트
3. MoA와 건축가 ‘렘 쿨하스’
- MoA는 지하부터 최상단까지가 뚫린 ‘상자’ 같은 구조. 교회 말고는 이런 구조가 거의 없음. 바닥과 천장의 기온차도 존재하고, 가끔은 ‘상자’가 울림통 같은 역할을 해서 사실 미술품을 관리하기 편한 구조는 아님.
- 개성 있는 공간이라 작품 전시 구성이 어렵지만 다시 말하면 평범하지 않은 작품만 어울리는 공간.

- 램 쿨하스는 이처럼 항상 실험적인 건축을 진행. 설계한 건축 중 20% 정도만 실제 건축으로 이어짐.
- 우리가 건축을 볼 때 ‘어떤 양식이다’,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에 너무 집착을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 인간이 예술로 아무리 우주를 표현하려고 해도 결국 우주를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 형식과 양식을 찾으려고, 끼워 맞추려고 하지 말 것.
- 층의 구분도 없고, 수직적 구분도 없으며, 지하에서 최상층으로 바로 갈 수도 있는 MoA는 ‘무형의 건축’으로 ‘분열 속에 있기를 바라는 조직적 구성.
생각 : 미술과 건축 그리고 소프트웨어
비어있는 공간과 그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동양화에서 빈 공간이 가지는 의미와 그 공간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공간이 특별한 건축물 MoA에서 듣게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소프뱅크벤처스 코리아의 사무실의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텅 빈 공간이 나오고 멀찍이 벽 쪽에 백자 항아리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몇 년 전 처음 그 모습을 보고 참 신기한 구성이다 싶어 한참 보고 있었더니, 날 초대하셨던 분께서 설명을 해주셨다.
‘비즈니스는 이렇게 비어있고, 단순해야 한다. 여기 오는 사람들에게 그걸 알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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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강을 들으면서 이 대화가 떠올랐고, 미술도, 건축도, 비즈니스도 ‘비어있음’으로 더 높은 완성도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건축과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할 수 있다. 김개천 교수님께서 ‘건축 후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세상에 문제가 없는 건축은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는 ‘린스타트업,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인간이 아무리 완벽한 창조물 – 그것이 건축이건, 소프트웨어건 – 을 만들고 싶어 해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불가능을 인정하고 지금 내가, 그리고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이 진정 옳은 접근 방법이 아닐까? 건축이나 소프트웨어나 사람들이 사용하는 그 순간이 진짜 완성의 시간이자 동시에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어야 하는 순간이니까.
지금 우리 팀은 사무실이 없는 100% 원격 근무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업무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론인데, 이에 대해서는 곧 더 자세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회사 조직이 커지면, 목적에 따라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공간은 오늘 느낀 ‘비움’의 철학을 충실히 반영한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
렘 쿨하스는 속박으로부터의 자유, 구조로부터의 자유, 정형화된 모델로부터의 자유, 이데올로기로부터의 자유, 질서로부터의 자유, 프로그램으로부터의 자유, 계통이나 계보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지니고 있기에 그의 작품은 어느 한 가지 방향으로만 치닫지 않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점잖은 건축으로, 때로는 종난해한 건축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 More Is More : OMA/REM KOOLHASS 이론과 건축
+ 건명원 서울대 미술관 특강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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