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하여

언젠가부터 좋은 직업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이 반드시 언급되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과중한 업무 경향은 변하지 않으면서도, 경제 성장의 둔화로 일을 통해 기대되는 보상의 수준까지 정체되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이야기 되는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이야기 할 때, 그것은 보통 ‘일’과 ‘삶’을 철저히 분리하고, ‘일’을 ‘삶’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한정하기 때문이다. 정말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에 우리 삶에서 최소화 되거나 적어도 철저히 구분 되어야 하는 개념인가?

중세와 근대 과학이 발전하던 시기, 위대한 성과를 거둔 과학자들 중 상당수는 평생 ‘일’을 할 필요가 없는 귀족인 경우가 많았다.

“근대 과학혁명 초기에만 해도 소수의 대학교수들을 빼면, 많은 과학자들은 생활에 여유가 있는 부자나 귀족 출신이었다. 만유인력 상수를 측정한 캐번디시(Henry Cavendish; 1731-1810), 근대 화학의 아버지 라부와지에(Antoine Laurent de Lavoisier; 1743-1794),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남긴 페르마(Pierre de Fermat; 1601-1665)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 프로보다 위대했던 아마추어들

만약 ‘일’을 생계 수단으로 한정한다면, 이 귀족 출신 과학자들이 평생을 걸쳐 이룩한 위대한 성과는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평생 일할 필요가 없는 귀족들이 ‘자발적으로 일한 것’만 봐도 ‘일’이 인간에게 돈 이상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또 다른 상황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 음악을 만드는 일, 글을 쓰는 일 등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예술가로 부른다. 어떤 예술가가 비 오는 날 차를 한잔 마시면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다고 가정해 보자. 분명 이 순간의 감성들은 이 사람의 작품 세계에 어떤 형태로건 반영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 지금 이 예술가는 일을 하지 않는 상황 즉, 놀고 있는 상황인가 아니면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인가? 예술가의 ‘일’을 캔버스에 직접 물감을 입히고 있는 상황, 오선지에 음표를 그리고 있는 상황, 종이에 글을 쓰고 있는 상황으로만 한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일에 어떤 수준으로 건 창의성을 발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일과 일 아닌 상태 구분의 모호함’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인간에게 일은 단순히 돈 버는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삶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스스로 좋아하는, 자아실현이 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면 ‘내가 하는 일이 내 삶이고 내가 사는 삶이 내 일’이 된다. 진짜 ‘일과 삶의 균형’은 이런 관점에서 탄생한다. 열심히 일한만큼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기 때문이며,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이나 여행 같은 다양한 삶의 경험을 누려야 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일의 수준을 한층 더 높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켓펀치가 완전한 원격근무로 일하면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구성원들이 일과 삶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켓펀치는 사무실도 없고, 정기적인 오프라인 회의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업무를 위해 온라인 상태여야 한다는 규칙도 없다. 이를 접한 많은 분들이 나에게 ‘구성원들이 일을 안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지 않은가?’라고 물어보곤 한다. 하지는 나는 전혀 불안하지 않다. 본인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일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일과 삶의 진짜 균형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위치나 시간으로 강제 받지 않아도 알아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 그러면 평생 하루도 일할 필요가 없다.”
– 로켓펀치 기업 문화를 정리한 문서 가장 첫 장에 있는 문장

우리가 만드는 로켓펀치가 각 개인이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을 찾아주는 것에, 그리고 새 시대의 일과 삶의 균형을 확립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아주 가끔 있는 로켓펀치 오프라인 회의 모습]

#원격근무 회사의 현실적인 오프라인 미팅 모습 (어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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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1. 이 글은 일과 삶의 진짜 균형에 대한 이야기다. 이 글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과한 업무와 박한 보상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읽히거나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붙임 2. 글을 쓰던 중에 나와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영문 에세이(Work/Life balance is bullshit.)를 찾았다.


이 글은 로켓펀치 블로그에도 함께 실린 글입니다. (‘새 시대의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하여)

2017년 올해의 책

1.  마녀 : 서구 문명은 왜 마녀를 필요로 했는가 (주경철, 2016)

  •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가? 아니면 인간이 신을 만들었는가?’ 이 물음을 다시 한번 던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글.
  • 종교와 세속 권력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인류가 발명한 가장 거대한 시스템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근대 국가’가 형성 과정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자신의 정당성을 위해 악을 필요로 하는 현상은 초역사적으로 존재했으며, 현대까지도 이어진 것이 사실이다. 나치에게는 유대인이, 파시스트들에게는 공산당이, 스탈린주의자들에게는 미제 스파이가 마녀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그런 상징적 의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악마의 사주를 받아 인간 사회 전체를 위험에 떨어뜨리는 마녀를 창안하고 동원한 것은 근대 초기 유럽 문명의 특이한 현상이었다. 근대 문명을 어둠의 세계로부터 역으로 규정하는 자신의 역할을 마친 후 마녀는 서서히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갔다.

… 업데이트 중.

2017년 올해의 사진

2017 올해의 사진 – 미르

카페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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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근무 회사의 현실적인 오프라인 미팅 모습 (어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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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올해의 사진 후보 #문현동물농장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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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동물농장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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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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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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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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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 가는 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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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동 #클라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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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3단 강습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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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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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상 – 2017.05.07 : 커피가 사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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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 — 내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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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명원 3주년 홈커밍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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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 #seoul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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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 인형 도둑 — 2017.10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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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배운 성남고 검도부와의 연습 — 2017.10.28 #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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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 — 결혼 축하 @edjc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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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자를 위한 학교 ‘건명원’에서 내가 배운 것들 (건명원 후기)

2016년에 나는 ‘건명원’이라는 학교를 다녔다. 사업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도 모자랄 판에 무슨 학교인가 걱정하시는 분도 있었고, 나 역시도 그런 걱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든 과정을 마친 지금, 나는 이렇게 이야기 하겠다. ‘시간이 흘러 내가 위대한 사업가가 된다면, 그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들이 나를 위대하게 만든 것’이라고.

이 글은 아직 건명원을 모르고 있거나 지원을 망설이고 있는 분들, 그 중에서도 특히 나와 같은 길을 걷고 계신 창업가 분들을 위한 위한 글이다.

건명원, 무엇을 가르치며 무엇을 위한 학교인가?

건명원에서는 ‘도덕경과 동양 철학, 라틴어와 서양 철학, 로마 역사와 서양 문명, 뇌 과학, 건축과 예술, 시(詩)와 문학, 일본과 근대 동아시아의 역사, 정치학, 물리학, 심리학, 법학’ 등을 각 분야 최고의 선생님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 그래서 ‘고급 인문 교양 과정’ 등으로 다소 잘못 알려진 경우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을 듣고 나면 ‘교양’이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건명원은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달성하는 사람들을 양성하기 위한 학교다.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달성한 사람들, 바로 ‘그 분야의 지배자’들이 많이 배출 되어야만,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깊은 생각이 만든 산물이기에 최고의 선생님들이 함께 하셨고, 학생들에게는 교재를 포함한 모든 과정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건명원이 폭넓은 분야를 독특한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각자가 가진 역량을 펼칠 고유한 분야를 찾고 그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건명원에서 내가 배운 것들

내가 배우고 깨달은 것들은 이 짧은 글에 다 담을 수 없지만, 꼽아보자면 이런 것들이다.

  • 고유성에 대한 나의 관점 : ‘고유성’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고, 스스로의 고유성을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개인으로서나 회사의 대표로서 ‘나다운 결정, 우리다운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 욕망에 대한 나의 관점 : 인간의 욕망과 나의 욕망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다. 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깨달았고, 매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 죄악에 대한 나의 관점 : 기독교적 원죄론이나 근대 법률 개념으로서만 알고 있던 ‘죄악’에 대하여, 나의 관점을 확립했다. 죄악은 ‘지금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에 있다.
  • 신과 예술 대한 나의 관점 : 수업 중, “인간은 신의 존재를 생각한 후, 비로소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월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인간은 예술을 통해서, 초월적인 가치에 도달한다” 같은 관점을 접했다. 이제 깊이 공감한다.

이런 배움들을 통해 나는 스스로 보기에도, 주변에서 보기에도, 더 나은 개인이자 더 나은 대표가 되었다.

건명원을 통해 내가 얻은 가시적인 성과들

내가 배운 것들은 나의 남은 삶을 통해 차차 결과로 나타나겠지만, 벌써 이런 가시적인 성과들을 얻었다.

  • 집필 완성 : 얼마 전에 출간된 나의 첫번째 책 ‘그로스해킹 – 성장의 시대를 위한 안내서’ 대부분의 원고는 3주 남짓한 기간 만에 완성되었다. 내가 깨달은 ‘제대로 집중하는 방법’이 만든 결과물이다.
  • 감량 성공 : 팔꿈치 부상 후에 1년 정도 운동을 쉬면서 몸무게가 10kg 넘게 불어 났었다. 다시 예전 몸무게 회복해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약 한달 만에 예전 체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회사의 장기적 비전 설정 : 회사는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성장 계획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건명원을 통해 회사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건명원 수업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1, 2기 과정 모두 최초 선발 인원 중에서 약 1/3은 탈락하거나 자진 포기를 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상당수는 창업에 몸을 담고 있는 분들 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회사와 학교를 병행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전체 과정을 마칠 수 있다면, 각자의 분야에서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건명원 3기 모집은 2017년 1월 23일부터 2월 2일까지 원서 접수를 받고 있다.

덧붙임 – 건명원 관련 글 등

덧붙임 – 건명원 2016년 수업 스케치

실제 수업 모습이 궁금한 분들을 위한 사진들이다. 수업은 북촌에 위치한 한옥에서 진행되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봄날의 #건명원 201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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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의 건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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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명원 관악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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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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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 해킹 – 성장의 시대를 위한 안내서’ 출간에 부쳐

그로스 해킹 – 성장의 시대를 위한 안내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자신의 이론으로 현실까지 바꾼 사람들’을 참 좋아했다. 예를 들면 이런 사람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John Maynard Keynes) : 세계 대공황의 영향이 아직 가시지 않은 1936년 <고용, 화폐, 이자에 관한 일반 이론(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모습’을 완성.
  •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Julius Robert Oppenheimer) : 핵 물리학자로서 맨해튼 프로젝트를 완성.
  • 앨런 튜링 (Alan Turing) : 케임브리지 대학교 재학 중에 쓴 논문 <On Computable Numbers, with an Application to the Entscheidungsproblem>(1936)으로 튜링 머신과 노이만형 컴퓨터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하고,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하는 장치를 개발.
  • 왕필 (王弼) : 19세 정도에 ‘도덕경’과 ‘주역’의 ‘주(註)’를 쓴 후, 20살 정도에  위나라의 통치 철학을 완성하고, 23세에 요절.

어떤 위대한 업적이 순간의 운이 아니라, 일관된 생각을 통해 쌓아 올려진다는 것은 그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일인가?

집필을 시작한 후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하나의 책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이론을 현실로 만든 자’가 되고픈 나의 욕망이었던 것 같다. 이제 나의 욕망을 완성하는 길은, 책에서 스스로 이야기 한 것들을 이 세상에 구체화 하는 것이다.

내가 나의 욕망에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만들어 가기를…

> 도서 링크 : https://goo.gl/wdojym

덧 1) 케인즈의 저작과 앨런 튜링의 논문 모두 1936년에 세상에 나왔다. 재미있는 사실이다.
덧 2) 왕필에 대한 이야기는 2016년 건명원 최진석 원장님의 도덕경 수업에서 자세히 배웠다.

깨달음의 순간 – 욥기 42:5-6

Auditu auris audivi te: nunc autem oculus meus videt te.
Idcirco ipse me reprehendo, et ago pœnitentiam in favilla et cinere.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삽더니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한하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하나이다 (욥기 42:5-6)


  • reprehendo : I hold back, hold fast, take hold of, seize, catch
  • paenitentia : repentance, penitence, regret
  • favilla : ember, cinder, ash
  • cinis : cold ashes

내가 당신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다가, 이제야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내가 스스로 뉘우치고, 지금 이 순간과 과거의 모든 잘못들에 대하여 회개합니다.

내가 첫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다섯 가지


2002년 서울대학교 창업동아리 SNUSV.net 가입을 통해 사업 세상에 발을 들인 이후로, 새로운 것들을 배울 때 이따금씩 ‘아… 내가 이것을 좀 더 빨리 알았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 때가 있었다. 내가 했던 실수들을 다른 누군가가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내가 첫 창업을 하기 전에 미리 알았으면 참 좋았을 다섯 가지 주제를 정리해 본다.

(1) 진짜 기업가 정신 :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해야 하나?

좋은 쪽으로건, 나쁜 쪽으로건 부풀려지는 사업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사업의 모습과 그 사업을 만들어가는 진짜 기업가의 본질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창업 전에 이를 이해하는 것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인 폴 그레이엄 에세이만한 것이 없는 같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추천할만한 세 가지를 골랐다.

<폴그레이엄 에세이>

이와 함께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께서 쓰신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을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2) 린 스타트업 : 사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기업가 정신을 마음에 담았다면, 이제 진짜 무엇인가를 해나가야 하는데, 그 방법 중에 에릭 리스의 도서 ‘린 스타트업’에서 이야기 하는 전략보다 더 나은 것은 나는 아직 배우지 못했다.

해당 도서는 가급적이면 원서를 읽으시길 추천한다.

(3)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 사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하나

‘눈을 감고 운전할 수는 없다’는 문장에는 100%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사업을 하다 보면 눈을 감고 운전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계량 경영학’이라고 통칭되던 것들이 창업 세계에서는 ‘린 분석’이나 ‘그로스 해킹’이라는 개념으로 구체화 되었다.

그로스 해킹에 대한 위 두 글은 본인이 작성한 글로, 글에서 언급되는 ‘프라이스톤스’는 현재 ‘로켓펀치’의 전신인 회사다. ‘그로스 해킹 – 성장의 시대를 위한 안내서’는 본인이 집필한 책이다.

(4) 진짜 사업계획서와 진짜 프레젠테이션 : 사업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1. 진짜 사업계획서

우리가 보통 ‘사업계획서’라고 할 때 흔히 떠올리는 두꺼운 책 같은 사업계획서는 현재의 창업 환경과는 맞지 않다. 진짜 좋은 사업계획서는 아주 간결하게 사업에 대해서 전달해야 하는데, 구글 등에 투자했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쿼이아 벤처캐피털은 발표 슬라이드 15에서 20장 이내로 다음 항목들을 언급할 것을 추천한다.

<Sequoia Capital – Writing a Business Plan>

  • 회사의 목적 (Company purpose) : 회사의 목적을 명확하게 이야기 해야 한다.
  • 풀고자 하는 문제 (Problem ) :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큰 문제를 해결할 수록 큰 가치(돈)를 만들 수 있다.
  • 문제의 해결 방법 (Solution) :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언급한다.
  • 왜 지금인지 (Why now) : 아주 중요한 문제다. 사업 아이템은 반드시 적절한 시기를 만나야 꽃을 피울 수 있다. ‘배달의 민족’ 같은 모바일 기반 배달 정보 제공 사업을 아직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인 2000년대 초 중반에 시작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 시장의 크기 (Market size ) : 투자가는 합리적이기 때문에 작은 시장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풀고자 하는 문제와 직결되는 내용이다. TAM, SAM, SOM이라는 시장 분석 방법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 경쟁 상황과 경쟁 우위 (Competition) : 경쟁자들을 언급하는것 뿐만이 아니라 왜 우리가 이 사업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경쟁자는 반드시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 그들보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강력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 제품 (Product) : 구체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설명이다.
  • 사업 모델 (Business model) : 어떻게 돈을 버는지 언급한다.
  • 팀 (Team) : 창업자를 포함한 주요 구성원과 자문단(Advisors)들을 언급한다.
  • 재무 계획 (Financials) : 재무 상태에 대한 언급과 함께 투자 희망 금액을 언급한다.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는 ‘문제’다. 문제가 잘못 정의되면 뒤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들은 무의미한 것이 된다.  처음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제품’에 대해서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정말 잘못된 것이다. ‘문제’와 ‘해결 방법’만 옳은 방향으로 정의되면, 그것의 구체적인 형태인 ‘제품’의 형태는 여러번 바뀌면서 성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은 린 스타트업 전략과도 연결되는 이야기다.

2. 진짜 프레젠테이션

프레젠테이션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는 정말 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 모든 내용들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이야기가 있는가?’이다. 프레젠테이션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녹아 있어야 한다. 수많은 우수한 사업 소개 프레젠테이션 사례 중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늘 2010년 테크크런치 디즈럽트에 혜성같이 등장하여 우승한 Qwiki (2013년 야후!가 인수)를 꼽는다.

  • Qwiki 발표 영상

프레젠테이션에서 ‘이야기’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의 TED 에서 발표 내용도 꼭 보시길 권한다.

  • 세스 고딘 – 우리가 이끄는 부족

그리고 좋은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와사키의 10/20/30 법칙을 꼭 이해해야 한다.

  • 가이 가와사키 – 파워포인트의 10/20/30 법칙

The 10/20/30 Rule of PowerPoint

(5) 법률과 계약서 : 사업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까?

사업을 키워가는 일 못지 않게, 그 만들어진 것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사업이 그 아이템 자체의 한계로 무너지는 경우 외에, 가장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사업을 둘러싼 공동 창업자, 직원, 사업 파트너, 투자자 간의 불화다. 이 불화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불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상호 간의 약속인 ‘법률적 계약’을 잘 맺어야 한다. 이는 특히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한국적 문화와 맞물려 해외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 계약을 꼭 맺고, 잘 맺는 것은 창업자의 책무 중의 하나다.


회사를 시작하기 전에 조금 더 시간이 허락 된다면, 아래 책과 글들도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

냉정함에 대하여 — 장성홍 관장님의 가르침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검도를 하면서, 사범님들께 몸이 아닌 말로 가르침을 받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장성홍 관장님께서 시합에 대해서 해주셨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합을 할 때는 최대한 냉정해야 합니다. 상대의 도발에 넘어가거나, 내가 승기를 잡았다고 흥분하지 마세요. 상대가 나보다 강할 때는 섣불리 덤비지 말고 차분히 시간을 써서 오히려 상대방을 초조하게 만드세요. 상대의 평정심을 흔들어 놓으면서도, 나는 끝까지 냉정한 것 – 그것이 바로 시합을 잘하는 요령입니다.”

별 다른 훈련 없이, 이 말을 늘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경기 실력이 매우 상승했다.

생각해보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회를, 흥분함으로 인해 놓치는가?

+ 건명원 최진석 원장님께서도 자주 비슷한 이야기를 하신다.

‘기성자’라는 사람이 있었다. 닭을 기르는데 특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특히 싸움닭 훈련을 잘 시켰는지 왕이 그에게 투계용 닭 한 마리를 기르게 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다. “이제 잘 싸울 수 있게 되었겠지?” 기성자가 답을 한다. “아직 아닙니다. 훈련을 시켜 놓았더니 공연히 허세를 부리고 기세등등합니다.” 십일 후에 왕이 재차 물었다. 기성자는 또 아직도 덜 되었다고 답한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를 듣거나 모습만 보고도 거칠어져서 바로 싸우려고 덤빈다는 것이 이유였다. 왕이 다시 열흘을 보내고 또 물었다. 그러자 기성자가 답한다. “거의 다 된 것 같습니다. 상대가 울음소리를 내도 태도에 변화가 없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그 모습이 나무로 만들어 놓은 닭 같습니다. 이제 덕이 제대로 갖추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닭들이 감히 덤비지도 못하고 도망가 버립니다.” – [최진석의 노자와 장자가 답하다] 장자가 알려준 ‘지지 않는 법’